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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선거로 보는2024년 지경학 리스



‘선거의 해’가 밝았습니다. 주요국 선거 결과에 따라 지경학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와 안보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선거 열두 가지를 조망해보았습니다.


인용 글. LG경영연구원 강준모




선거를 통해 현실화하는 지경학 리스크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이 투표소로 향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인구로 42억 명, 글로벌 GDP의 42%를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선거가 진행된다.1 선거 결과에 따라 잠재적인 불안 요인들이 수면 위로 급부상하며 글로벌 및 지역의 안보, 경제 질서가 변할 것이다.


극단화 되는 여론이 선거로 표출된다면, 국가간 분쟁은 빈번해질 것이며 세계 무역 질서는 비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친미·반중파’ 라이칭더(Lai Ching-te, 賴清德) 후보가 대만 총통에 당선되자, 일각 에서는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무력 충돌 없이도 글로벌 GDP가 5%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2 분쟁, 보호주의 등의 지경학 리스크는 선거를 거치며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위험 요인이 큰 국가에서 진행되는 선거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고는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이들과 무력 충돌 중인 국가들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3 이들 국가의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더욱 선명해질 지경학 리스크는 무엇인지, 이들이 국제 질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망해 보고자 한다.


1 EU 소속 국가 중에서는 자체 대선 및 총선을 진행하는 국가만 포함해서 계산한 수치이다. 2 Newsweek, 외교안보 싱크탱크 Atlantic Council 등 미국 매체가 가지는 논조이다. 3 경제력 기준으로는 명목 GDP 상위 20개 국가(2023년 추정치) 및 교역 규모 상위 20개 국가(2022년 통계)를 선정하였다.


신흥국에서 더욱 심화되는 보호주의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


각각 인구와 자원, 입지를 레버리지로 삼는 인도, 인도네시아, 멕시코는 ‘포스트 차이나’ 로 주목받는 매력적인 투자지이다. 세 국가 모두 적극적인 외자 유치 정책을 내세우지만, 동시에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보호주의도 강조하고 있다.


선거 국면을 거치며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인구 대국 인도의 총선(하원)이 4~5월 중 진행된다. 2023년 12월 여론조사 기 준, ‘인도인민당(BJP)’이 이끄는 여당 연합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렌드라 모디(Narendra Damodardas Modi, 이하 모디) 현 총리의 3연임이 유력하다. 모 디는 흔히 신자유주의·개혁·개방에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경 제 정책 ‘모디노믹스’는 점차 자국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모디 1기는 민영화와 자유화가 정착되는 시기였다. 반면 모디 2기를 거치며 인도의 경제 장벽이 높아졌다.


관세 혜택 조 항에 ‘인도 내 생산 투자’가 포함되거나 투자 유치 요건에 ‘지역 사회 기여’가 포함되었다. 전문가들은 인도 제조업 육성 기조가 영어인 ‘Make in India’에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힌 두어 ‘Atmanirbhar Bharat(자립 인도)’로 변한 것을 ‘인도의 자국 우선주의 강화’로 해석 한다.



자립 인도 기조에서 모디는 철강, 방산, 의학, 항공, 에너지 등 핵심 산업 분야에 보 호주의 정책을 도입·검토하고 있다. 모디가 3연임에 성공한다면 이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자원 부국이자 세계 4위의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는 2월 14일에 대선을 치른다. 헌법 상 3 연임을 할 수 없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2023년 12월 81%) 은 대선을 ‘조코위 후계자 경연’으로 만들었다.


경제 및 산업 공약 역시 ‘자원을 레버리지로 투자를 유치한다’는 조코위노믹스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 정도이다. 강경 우파 프라보 워(Prabowo Subianto) 후보는 “인도네시아가 자체 자동차, 자체 오토바이, 자체 EV를 만 들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중도 좌파 간자르(Ganjar Pranowo) 후보는 신 수도 누산트라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급진 좌파 아니 에스(Anies Baswedan) 후보는 소득 격차 및 실업 문제 해결을 주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는 “외국 자본 유입이 증가했으나 국민의 일자리는 감소했다”며 외국 기업이 투자 이상의 역할 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과반을 넘기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6월 26일에 결선 투 표가 진행된다. 세 후보 모두 자국에게 유리한 외자 유치 공약을 제시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의 보호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근 2위를 놓고 경합 중인 아니에스 후보가 결선에 진출, 간자르 후보의 표를 흡 수한다면, 인도네시아의 기존 투자 기 업이나 투자를 검토하는 기업의 부담 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미국의 니어쇼어링 수혜를 받는 멕시코는 6월 2일 대선을 치른다. 후보 는 현 여당인 ‘국가재건운동 (MORENA)’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Claudia Sheinbaum, 이하 셰인바 움) 후보와 제1야당 ‘국민행동당 (PAN)’의 소치들 갈베스(Xóchitl Gálvez) 후보로 좁혀졌다.



2024년 1월 현지 여론조사 기준 셰인바움이 넉넉하게 지지율 1 위를 지키며 당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셰인바움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정책 분야 의 전문가이다.4 탈석유,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을 수 차례 주장한 셰인바움이 당선된다면 멕시코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투자 예산은 지금보다 더욱 확대될 것이다.5 하지만 셰인바움 의 당선이 친환경 관련 글로벌 기업에게 마냥 호재인 것은 아니다. 셰인바움은 유세 현장에 서 신자유주의 무역 질서를 강하게 비난하며 다국적 기업이 야기한 불평등의 대책을 마련 하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분업을 통해 기업들이 누려왔던 수혜가 국내 노 동자들에게 돌아가기를 원한다.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한 입지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 환경 및 인프라 개선 투자 등을 요구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종교 민족주의 극단화로 분쟁 리스크 심화 (파키스탄, 인도) 2월 8일에는 파키스탄의 총선이 진행된다.


핵 보유국 파키스탄의 최근 국내 정치를 요약 하는 가장 좋은 단어는 ‘혼란’이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군부의 힘이 강력했으며, 안와 르울하크 카카르(Anwaar ul Haq Kakar) 임시 총리 역시 친 군부 인사이다.6 이번 총선은 가장 최근 총리직을 수행한 셰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가 이끄는 이슬람 근본주의 성 향의 ‘파키스탄 무슬림 동맹(PML)’과 전 총리 임란 칸(Imran Khan)이 소속된 세속주의 성향의 ‘정의 파키스탄 운동(PTI)’의 대결이다.


총선은 군부의 비호를 받는 PML의 우세 속 에 부정 선거 및 군부 개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PTI의 저항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두 정당 지지자 간의 갈등이 폭력, 유혈 시위로 번지는 가운데, 근본주의 PML의 승리는 파키스탄의 이슬람 민족주의를 더욱 극단화할 수 있다.


4 셰인바움은 에너지 공학 박사 출신으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UN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5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현 대통령 집권 후 친환경 투자 예산은 집권 전 대비 80% 감소하였다. 6 파키스탄은 총선 전 의회를 해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총선 전까지 ‘중립적인 인사’가 임시 총리직을 수행한다. 여당과 군부가 협상 및 합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파키스탄의 경쟁국 인도의 ‘힌두 민족주의’도 심화되고 있다. 작년 가을 인도계 캐나다 시 민이 캐나다에서 암살당했다. 인도계 미국인 역시 미국에서 공격당했다. 피습당한 이들은 인도 내 분리주의를 주장하는 소수 종교인 ‘시크교’의 지도자격 인물이었고, 미국과 캐나다 는 배후로 인도 정부를 지목하였다. 그 결과 캐나다는 인도와 실질적 단교에 들어섰고, 미국도 인도의 ‘공화국의 날’ 기념 행사 초청을 거부하였다. 모디 행정부의 사법권7 및 입법권8 남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피습 사건이 발생하며 서방과 인도 사이의 난기류가 감지된다.


파키스탄의 PML과 인도의 BJP는 모두 종교 기반 의 극단적 민족주의 정당이며, 이들이 집권하는 기간 양국의 민족주의는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 왔다. 두 정당이 정권을 유지한다면 70여 년간 이어진 카 슈미르 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두 핵 보유국은 지금까지도 카슈미르에서 몽둥이, 돌, 칼 등 냉병기 위주의 충돌, 비공식 무장 집단을 동원한 소규모 테 러 등의 무력 분쟁을 진행 중이다. 파키스탄과 인도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질수록, 파키스탄은 인도의 라이 벌이자 카슈미르 분쟁 당사국인 중국과 밀착할 것이 다.9 반대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은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적 가 치’와 점점 더 멀어지는 인도가 부담스러워질 것이다. 카슈미르 분쟁이 심화된다면 인태역에서 미-중 경쟁의 양상이 보다 중국에 유리하게 흐를 수 있다.


7 2019년 야당연합의 총수 라훌 간디(Rahul Gandhi)는 사기 혐의로 도피 중인 니라브 모디(Nirav Modi)를 비난하며 “모든 도둑이 어떻게 ‘모디’라는 성을 가지고 있느냐‘고 발언하였다. 사법부는 2021년 ’전국의 모디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며 징역 2년을 선고, 집행 유예를 결정했다. 8 2023년 12월 괴한의 하원 난입 사건이 발생하자 야당 의원 141명이 여당 및 의장에게 경비 소홀의 해명을 요구하였다. 의장은 의사진행 방해를 명목으로 이들의 직무를 정지하였다. 9 비록 파키스탄이 NATO의 글로벌 파트너국이지만 미군의 아프간 철수, 미국-인도 안보 협력 강화 등을 계기로 최근에는 미국보다 중국과 더밀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쟁 장기화인가, 휴전인가 (러시아, 우크라이나)


3월 15~17일과 31일은 각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선일이다. 재작년 개헌을 통해 연 임 규정을 바꾼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 에도 러시아는 잘 버텨냈으며, 심지어 과거 성장세를 회복하였다는 관측마저 있다.


러시아 가 점령지 전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2023년 후반 70%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푸틴의 재집권 이 당연시된다. 반대로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이하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래 는 낙관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헌법 19조는 전쟁 등 계엄령이 발동되는 비상 시국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음을 명시했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점차 선거를 진행하는 쪽 으로 젤렌스키를 압박하고 있다.



전쟁 직후 젤렌스키의 첫 방문에 기립박수로 환대했던 미국 의회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승인을 거부하고 있다. EU에서도 헝가리의 어깃장으 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몇몇 상원 의원과 유럽 평의회(PACE) 의장은 각각 젤렌스키에게 ‘선거 진행이 지원의 선결 조건’이라는 메시지 를 전달하였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을 보이지 않으면 지원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압 박으로 해석된다. 서방의 지원 감소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 감소로 이어졌다. 2023년 대반격이 무 위로 돌아서며, 호평 일색이었던 젤렌스키의 리더십 성적표에는 많은 얼룩이 생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요 인사들이 잇달아 젤렌스키에게 날선 비판을 보내고 있다. 반 젤렌스키 인 사들의 측근을 향한 잇달은 테러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보국이 있다는 의혹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젤렌스키는 선거 진행이 전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주장하며, 서 방이 진행 비용을 지불한다면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선거 진행과 관련해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먼저 선거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에 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 자연스레 전황은 불리해질 것이며, 휴전 협상은 러시아에 유리해질 것이다. 선거가 진행된다면 그 양상은 전쟁 지속 의지를 보인 젤렌스키와 휴전 협상을 주장하는 후보 간 경쟁이 될 것이다.


젤렌스키가 낙선한다 면 마찬가지로 휴전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젤렌스키가 당선된다면 러-우 전쟁이 더 길게 이어질 것이다. 선거 진행 여부와 결과에 따라 러-우 전쟁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


경기 침체와 우경화로 인한 탈탄소 행보 둔화 (유럽연합)


영국의 탈퇴 이후 진행되는 첫 번째 유럽의회 선거가 6월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EU 27개국은 할당된 의석 수만큼의 의원을 각기 정해진 날짜에 선출한다. 국가별로 선출한 의 원들은 유럽의회에서 교섭단체나 정당의 기능을 하는 정치 그룹(Political Group)을 구성 한다. 각 국 정당들은 다른 국가의 비슷한 성향의 정당들과 이합집산하여 사전에 그룹을 형성한다.



트럼프의 당선만큼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여겨진 것은 유럽의 극우화다. 난민의 대량 유 입으로 반 이민, 반 외국인 정서(Xenophobia)를 골자로 하는 극우 민족주의가 유럽 전역 에서 세를 넓혔다.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국민전선(RN)’,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 형제들(Fratelli d'Italia)’ 등의 극우 정당이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극우 정당이 여당 혹은 최대 야당인 국가만 EU 내 15개이다. 극우 정당 출신의 각 국 정치인들은 유럽 의회 진입 후 ‘극우 정치 그룹’에 소속된다. 극우 정치 그룹이 유럽 의회에서 차지할 지 분은 예년보다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019 년 극우 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와 강 경 우파 그룹 ‘유럽 보수와 개혁(ECR)’은 도 합 135석, 전체 18%의 의석을 가졌다.


세 중도 그룹10이 구성한 ‘실질적 여당’ 연정과는 309석(41%p)의 큰 차이였다. 그러나 올해 선거에서는 중도와 중도 좌파가 표를 잃고, 극우가 약진함에 따라 그 차이가 대폭 좁혀질 전망이다.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차질 속에 탈탄소 전환에 따른 비용 상승이 주 요인이다.


극우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EU가 보다 우경화할 것임은 확실하다. 영향력이 강해지는 극우 그룹의 주된 주장 중 ‘반 탈탄소’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회의와 탈탄소에 대한 저항은 극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여당 연정 중 중도 우파 EPP는 유일하게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계산된다.


이는 유럽 각 국의 중도 우파가 ‘탄소중립 속도조절론’을 제기, 화석연료 제한을 완화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 기후선도국으로 분류되는 독일은 최근 3년간 10%, 프랑스는 20% 가까이 화석연료 발전을 확 대하였다. 경기 침체 및 에너지 위기가 지속되는 한, 중도에 가깝더라도, 보수를 표방하는 정치인들에게 탈탄소 어젠다는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흔들리는 미국 주도의 국제 안보 질서 (영국, 일본, 이란, 북한)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거치며, 미국은 더 이상 ‘세계 평화의 경찰’ 역할 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맥락에서 미국이 구축한 안보 질서를 흔 들 수 있는 몇 가지 선거를 간략히 정리해보자.


먼저 올해 총선이 예상되는 미국 안보 질서 의 핵심 축, 영국과 일본이다.11 리시 수낙(Rishi Sunak)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1월 첫째 주 지지율은 22%로 야당 노동당의 46%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정권 교체가 거의 확실 시된다. 강경 좌파 제러미 코빈(Jeremy Corbyn) 당수 시절 노동당은 NATO 탈퇴를 주장 하고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친교를 맺었다.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현 당대표 는 훨씬 온건하지만, 코빈파가 건재하기 때문에 다소간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Five 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AUKUS(미국, 영국, 호주) 등 미국 중심의 다 자안보협력기구가 제 기능을 하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일본 자민당의 기시다 후미오(Kishida Fumio, 岸田 文雄) 총리는 2023년 12월 일본 총리 역대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본 정치 구조 상 정권 교체는 어렵다. 하지만 9월 총재 선거를 앞둔 자민당은 중량감 있는 후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트 기시다 시대의 일 본 총리가 매년 변경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12 일본의 정치 혼란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미,일 공조 체계의 작동을 방해할 것이다.




인도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미국의 인태전략의 핵심 축인 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역시 혼란을 맞을 수 있다.13 미국 주도 질서에 반대하는 주요 국가인 북한과 이란의 선거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동 위기의 한 축을 차지하는 이란은 3월 1일 국회의원 선거를 치른다. 보수파의 부패 와 무능에 대해 이란 국민들은 2020년 총선에서 역대 최저 투표율로 답했다. 작년 여름 조 사에서 의회에 대한 불신 여론은 70%에 달했다. ‘마흐사 아미니 시위14’가 이어지는 가운데 개혁파는 현 선거법이 편파적이라며 출마를 보이콧하고 있다.


후보에 대한 심사 권한이 있 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Sayyid Ali Hosseini Khamenei)는 여론 신뢰 회복을 위해 개혁파 를 의회에 포함시킬지, 보수파의 정권 유지를 위해 사회 갈등을 심화시킬지 선택해야 한다.


개혁파 당선으로 인한 중동 긴장 완화, 보수파 득세로 인한 시아파 연대 공고화 모두 이스라 엘-하마스 분쟁으로 어질러진 중동의 안보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상대적으로 중동에 대한 영향력 투사를 줄여온 미국의 안보 대전략이 급변할 수 있다.


11 영국과 일본 하원 모두 고정된 임기가 있으나 대체로 집권당이 가장 유리한 시점에 조기 해산 후 총선을 치러왔다. 조기 해산이 없을 시 영국은 2025년 1월 28일, 일본은 동년 7월 중에 총선을 실시한다. 12 대중에게 이미지가 좋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아들 고이츠미 신지로, ‘고노 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의 아들 고노 다로 등이 차기 후보로 언급되나 당 내에서 기시다 만큼의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13 2024년 1월 26일 인도 ‘공화국의 날’에 바이든이 참석을 거부하며 예정되었던 QUAD 정상회의가 연기되었다. 14 히잡 착용 문제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가 의문사한 것을 계기로 발생,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의미한다.


북한은 3월 11일 최고인민회의 대의 원선거를 치룬다. 선거 자체는 요식 행위다. 하지만 북한은 유독 대의원 선거 전후 많은 도발을 자행해왔다. 정권과 체제의 공고함을 과시하는 것 이다. 북한의 도발은 미국의 반응을 염두에 둔다. 바이든(Joseph R. Biden) 미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후순위에 두고 철저하게 무관심 전략 으로 대응한 반면, 트럼프(Donald J. Trump, 이하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는 ‘재선에 성공했을 때 북핵의 사실 상 용인을 검 토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도발 빈번화와 한미일 협력 약화가 병행한다면 미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늘려야 할 것이다. 이는 타 지역의 위협이 남아있는 한 역량 분산의 문제로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미국 대선, 2025년 이후 중장기 사업환경 변화의 가늠자15


마지막으로 미국이다. 올 한 해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미국의 대선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여전히 미국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국제 질서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이다. 미국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 상황이지만, 지경학 리스크가 가중되며 국가 안보 역시 점점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16 여기에 두 고령 후보의 유고 가능 성,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 여론 양극화가 더해지며 이번 대선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두 후보가 정 반대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와중에, 상하원 선거와 동시에 진행되는 미국의 대선은 중장기적으로 사업환경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다.


15 미국 대선과 관련된 지경학 리스크는 LGBR의 ‘경영인을 위한 2024년 글로벌 지경학 주요 이슈’ 원고를 참조하기 바란다. 16 여론조사기관 YOUGOV의 데이터 분석 결과, ‘미국의 최우선 이슈’를 묻는 질문에 ‘외교·안보’라고 응답한 비율은 Covid-19 발병 이전 2% 미만이었으나 발병 이후 꾸준히 상승, 러-우 전쟁 직후 12% 이상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10% 대를 유지하고 있다.



만약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현재와 비슷한 정책 기조가 유지되며 사업환경 변화 역시 비교적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를 확보한다면 IRA를 비롯한 ‘바이 드노믹스’ 정책들이 탄력을 받아 진행될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의 데이터 상 하원이 백중 세인 가운데, 상원에서 공화당의 탈환이 예상된다는 점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만약 공화당 이 양원 다수당이 된다면 행정부와 입법부 상 입법 교착이 빈번해질 것이다. 공화당의 입 법에 대한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가 잦아질수록 국정은 더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이후의 사업 환경은 급변할 것이다. 트럼프는 ‘러-우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음’을 자신하며 그 비용을 EU에 전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 및 탈탄소를 허구라고 생각하며 전기차 진흥 정책이 미국 제조업 몰락의 주범이라고 말한다. 관세 장벽을 드높일 것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며 고립주의로의 복귀를 천명한다.17 민 주당이 양원 중 하나라도 다수를 차지한다면 이를 저지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공화당이 양원 모두를 가져간다면 이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각 국가의 선거가 하나의 점이라면, 선은 선거가 서로 영향을 주며 만드는 글로벌 트렌드 이다. 미국 선거는 한 트렌드의 결과임과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를 결정하는 가장 큰 점이다. 우리가 올해 각 국의 선거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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